[여의도풍향계] 참여 정치냐 갈라치기냐…팬덤 정치의 딜레마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'팬덤 정치'가 또 한 번 정치권을 달구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온라인을 기반으로 유권자의 목소리가 더 힘을 얻게 된 것은 분명하지만,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은데요.<br /><br />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살펴봤습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한 가지 열쇳말로 문을 열어봅니다.<br /><br />바로 '팬덤'인데요.<br /><br />규범 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, 유명인이나 특정 분야를 좋아하는 집단을 뜻하는 합성어입니다.<br /><br />지난 대선과 6·1 지방선거 전후, 정치권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화두로 떠올랐습니다.<br /><br />최근 팬덤 정치 논란의 도화선이 된 건 이재명 의원의 지지층인 '개혁의 딸', 통칭 '개딸'입니다.<br /><br />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발로 불거진 이른바 '이대남·이대녀' 갈라치기에 대한 반발로, 강성 지지층이 결집했다는 시각이 많은데요.<br /><br />이 의원에 대한 지지 표현을 넘어 일부 배타적 공격성이 도마에 올랐습니다.<br /><br />대표적인 사례가 당내 '친문'으로 분류되는 홍영표 의원의 사무실에 붙인 '치매 대자보'입니다.<br /><br /> "우리가 패배했던 큰 원인 중 하나가 이재명 의원이 계양으로 나서고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, 이것이 결정적 원인이다…"<br /><br />친이계에서도 몸을 낮추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자 사과에 나섰는데, 최근엔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점퍼를 입은 합성 사진이 등장하는 등 공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이 의원은 "억압적 행동은 반감만 키운다"고 거듭 자제를 촉구하는 한편, 당내 분열로 비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.<br /><br /> "약간 다투는 모양만 보여도 싸운다고 동네에 소문이 나요. 별로 좋은 일은 아니죠. 그런 것까지 감안해서 얘기할 필요가 있다…"<br /><br />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팬덤을 놓고도 설왕설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.<br /><br />팬클럽 회장을 맡은 강신업 변호사가 정치평론가 등과 온라인에서 거친 논쟁을 벌이며 여당 안팎의 우려가 일었습니다.<br /><br />여기에, 김 여사의 사적인 사진을 팬카페에 공개하는 부분 역시 공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.<br /><br />팬덤 문화가 정치권에 자리한 지는 꽤 오래 됐습니다.<br /><br />연예인을 좋아하듯 특정 정치인에 대한 인간적 호감과 지지를 표명해왔던 건데요.<br /><br />처음부터 배타적 성격을 띄었던 건 아닙니다.<br /><br />그 시초 격으로는 2002년 결성된 '노사모'가 있습니다.<br /><br />지역주의 타파와 싸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보에 공감한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었는데, 사실상 첫 정치인 팬클럽이었습니다.<br /><br />'노사모'는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에 나서는 등 건강한 지지로 대선 승리를 이끌었습니다.<br /><br />정치권에 전이된 팬덤 현상은 정치인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한편, 이처럼 민심의 향배를 가르는 동력으로도 작용했습니다.<br /><br />무엇보다, 유권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입니다.<br /><br />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정치 팬덤은 그 범주와 영향력을 더 키워왔습니다.<br /><br />하지만 순수한 지지 모임으로서의 성격은 때로 변질되고 질곡을 겪었습니다.<br /><br />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팬카페에서 출발한 '박사모'.<br /><br />그러나 탄핵 사태를 계기로 '태극기 부대'의 주축으로 변모하며 과격한 양상을 나타냈습니다.<br /><br /> "탄핵 무효, 탄핵 무효!"<br /><br />문재인 전 대통령도 '달빛기사단', '문꿀오소리' 등 다수 팬클럽이 뒤따랐는데요.<br /><br />그러나 일부는 '대통령을 지킨다'는 명분 아래 '노사모'와 달리 무비판적 지지와 공격성을 드러내,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.<br /><br />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후 자서전을 보면, '노사모'에 대한 꽤 구체적인 언급들이 있습니다.<br /><br />'노무현'을 지지했지만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, 보편적 가치를 따르며 함께 해 준 지지자들에 대한 고마움이 담겼는데요.<br /><br />시민의 소리로 정치 그 자체를 만들어가는, 팬덤의 순기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.<br /><br />팬덤은 이익 집단이 아닌 일종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모임으로 분류되는데, 정치 팬덤의 경우 더 그렇습니다.<br /><br />정치 팬덤 자체를 향한 비난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.<br /><br />다만 그 가치관에 있어 정치인도, 팬도 기억해야 할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.<br /><br />한동안 연예계의 화두가 됐던 '선한 영향력'처럼, 바로 배타성이 아닌 '이타성'이 사회를 변화시킬 힘이라는 겁니다.<br /><br />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.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